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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설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140.205) 작성일18-02-08 03:46 조회2,5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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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7:32--

 

타다다닥.

 

탁탁.

 

탁탁타다닥.

 

 

채광 좋고 전망 좋은 검은양팀의 대기실, 따듯하고 아늑한 그곳에서

 

두개의 기계 타자음만 연신 울려퍼졌다.

 

하나는 슬비가 작전 보고서 작성을 위해 타이핑 하는 노트북 소리였고

 

하나는 세하가 입술을 꽉 깨물며 게임기를 두드리는 소리였다.

 

이 소리 외에는 어떠한 말소리도, 잡음도 들리지 않았다.

 

 

 

 

 

 

데이비드의 유니온 침공 사건 이후 3개월 뒤, 사이가 꽤나 가까워진 이세하와 이슬비는

 

서로를 슬비야, 세하야~ 라고 부르며 작전에 함께 나가는 일도 잦아졌다.

 

그렇기에 오늘도 둘이 대기실에 함께 있는것이며 초면과 달리 슬비는

 

세하의 게임기 사용량에 대해서 많이 너그러워졌다. 현재 세하는

 

2시간째 부동자세로 게임기를 두드리고 있었지만 이슬비는 그에 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PM 17:49--

 

턱!

 

"휴..."

 

보고서 작성을 마친 이슬비는 노트북을 덥고 눈을 비비며 스트레칭을 했다.

 

"다 쓴거야?"

 

"응..."

 

"수고했어 이제 가자"

 

세하는 자기가 앉아있던 자리와 장비를 정리하면서도

 

한손으로는 계속 게임기를 잡은채 조작하고 있었다.

 

얼마나하면 저 정도 노하우에 도달할 수 있을까,

 

슬비는 이 장면을 여러번 봐왔지만 볼 때마다 신기해했다.

 

"집에가서 라면이나 끓여먹어야지, 넌 집에가서 뭐할꺼냐?"

 

"내가 집에가서 쉬면 드라마 보는거 말고 더 하는게 있니 세하야"

 

"사랑과 차원 전쟁 그만봐라 계속 그거 보다가 

 

거기 나오는 나쁜 남편 같은 사람이랑 결혼할수도 있잖아"

 

'!'

 

세하가 여느때처럼 무심코 던진 말이 슬비의 감정을 요동케했다.

 

"맨날 바람만 피는 그 드라마가 뭐가 재밌어? 김치 싸대기는 웃기더라"

 

'....'

 

"드라마보다 심해 다큐멘터리가 2배는 더 재밌을걸 몇 편 보내줄까?"

 

"세하야.."

 

"응? 왜?"

 

"너는 나중에 커서 결혼하면 바람필꺼야?"

 

"다큐멘터리 보내주냐니까 뜬금없이 그건 왜 묻고 그래?"

 

"필꺼야?"

 

"아니 안펴"

 

"정ㅁ?"

 

"어차피 내가 결혼 같은걸 할 수 있을거 같애? 맨날 게임만 하는 남자를 누가 좋아한다고..." 

 

"그건..!"

 

"내가 남자로서의 매력이 없다는건 잘 알고 있다고~ 그래서 일찍이 포기했지"

 

"프로게이머 중에서도 결혼한 사람 많거든?"

 

"그 사람들은 얼굴이 잘생겼고"

 

"너...!"

 

슬비가 세하의 눈을 바라보며 반박하듯이 동시에 감싸줄려는듯이 말하려다가

 

"나는 못생겼잖아 특히 웃는 얼굴이."

 

"아니..!"

 

"내가 평소에 잘 안웃는 이유가 이거야, 못생겼거든! 내가봐도" 


'하....'

 

"대답 안하는거 보니 우리 리더도 내가 못생긴거 인정하는 부분?"

 

"난 너한테 게으르다고 말한적은 있어도 못생겼다고 말한적은 없다?"

 

"그리고 프로게이머들은 돈이 많잖아, 난 클로저 일 하면서 월급도 적고

 

작전중에 죽을수도 있어, 너 같으면 결혼하겠어?"

 

대답할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히는 세하의 셀프 디스에 슬비는 입술이 굳었다.

 

할 말은 있었다. 슬비는 세하를 좋아하니까, 하지만 여기서 좋아한다는

 

티가 나는 말을 한다는건 슬비의 성격이 아니다. 유리라면 적극적으로 했을지도....

 

좋아하지만 좋아한다고 말을 못하는, 티도 못내는 이 답답함에 슬비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너무나 답답하고 가슴의 혈관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차분히 생각하며 세하의 말에 답을 붙혔다.

 

"결혼이 돈으로 하고 돈으로 되는거라면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결혼해?

 

우리 부모님도 각자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서로의 마음을 보고 맺어졌어

 

그렇니까 나는 얼굴이 못생겨도, 돈도 없고 못벌어도 마음이 통하고 맞는다면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

 

"일하다가 죽을수도 있는건?"

 

"그건 좀 그렇지만..."

 

"크크큭..!"

 

세하는 항상 당당하게 말하던 슬비가 말을 얼버무리며 답을 회피할 떄,

 

그 표정과 몸짓을 보면 항상 웃음을 참지 못햇다.

 

"네~ 알겠습니다 리더님~ 리더님의 생각은 그러시군요~"

 

그리고 그럴 때마다 능글맞게 슬비를 놀렸다.

 

"뭣..! 왜?! 내가 이상한 말한것도 아니잖아?!"

 

"네 그렇지요~ 맞는말 하셨습니다 리더니임~!"

 

"이세하 너 정말...!"

 

하지만 슬비도 그런 세하의 놀림이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아했다.

 

"휴... 빨리 집에나 가자 이따 6시 30분쯤에 비온데"

 

"구름한점 없는데 비는 무슨..."

 

"일기 예보에서 본거야"

 

"그게 맞을 확률보다 말렉 상자 열어서 30개 나올 확률이 더 높다"

 

"시끄러워 네꺼까지 우산 챙겨왔으니까 하나 가져가"

 

"안돼 성의는 고맙지만 가면서 게임해야돼"

 

"그러다 진짜 비와서 홀딱 젖어도 난 책임없다?"

 

"지금 구름 한점 없는데 30분만에 어떻게 먹구름이 끼냐 나 먼저간다, 석봉이가 연락왔어"

 

세하는 자신의 옷주머니에 3단 우산을 집어넣을려하는 슬비를 뒤로한채 뛰어갔다.

 

"세하야!! 진짜 비오면 어쩌려고! 야 이세하!!!"

 

세하는 이미 저만치 뛰어갔다. 슬비는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세하가 밉기도 했지만

 

--PM 19:03--

'까똑!"

 

[나 옷 젖엇는데 흙 묻은게 안지워져;; 우리집에 와서 한번만 더 손빨래해주면 안돼?]

 

[부탁해요 리더님,말을 안들은 저를 용서해주세요ㅠ]

 

[안돼]

 

[제발ㅠㅠ 리더님, 리더님의 손빨래만이 이 얼룩을 지워줄 수 있습니다!] 

 

[싫어]

 

[귀여운 리더님ㅠㅠ 간곡히 부탁합니다 한번만 선처를...]

 

[알았어]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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