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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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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insma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217.12) 작성일18-01-21 15:39 조회2,988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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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다(1)

http://closerss.kr/bbs/board.php?bo_table=write&wr_id=7126 

 

 

 뒤로 그녀와 잠시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고는 병원에서 잠을 지세우던 평소와 다르게 오랫 만에 집에 돌아온 나는 내일을 위해 간단하게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씹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그녀를 위해 특별히 만든 조그만한 사이즈의 김밥, 겨울이라 다소 쌀쌀한 날씨를 대비한 담요와 손난로, 그리고 그녀가 좋아하는 펭귄이 그려져 있는 도시락 통.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그렇게 열심히 만들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밤이 되어있었다.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늦었다는  깨달은 나는 준비해둔 것들을 미리 가방안에 넣어놓고는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잠시 통화가 연결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생,  밤에 무슨일이야?”

 

, 제이 아저씨.  내일   빼주실  있으세요? 슬비하고 어딜 가기로 해서...”

 

아저씨가 아니라.... 됐다, 그나저나 대장하고 어딜 간다고? 대장 몸상태는 어쩔건데?”

 

그냥 병원 바로 앞에있는 공원에 가는  뿐이에요. 오래있을거도 아니고.”

 

그래... 그런거라면 상관없지. 그런데 동생... ... 괜찮아?”

 

? ...  괜찮은데요?”

 

그래... 해줄수 있는말이 그거밖에 없네. 미안하다. 이만 끊어라.”

 

아무래도 아저씨 또한 나와 슬비를 걱정하고 계신 모양이다. 그야 그럴수 밖에 없지. 일이 바쁘신 와중에도 항상 적어도 이틀에 한번씩은 병문안을 하러 오셨으니까. 게다가 누구보다도 동료들을 우리들을 걱정하시는 분들중에 한명이시니까.

 

통화가 끊어져 계속해서 울리는 신호음을 끄기위해 스마트폰의 화면을 슬라이드하자 그제서야 화면이 꺼지며 주변이 침묵해졌다.

 

“...그만 잘까.”

 

내일은 일찍 나갈 생각이니까 지금 자두는게 좋겠지. 혹여나 내일 일어나지 못해서 늦는다면 슬비에게 한소리 들을테니까.

 

그런 생각과 함께 나는 침대에 힘없이 누운  눈꺼풀을 억지로 감고는 꿈을 꾸지 않기를 바라며 조용히 잠들었다.

 

------------------------------------------------------------------------------------------------

 

미리 맞쳐둔 알람에 의해 정확히 7 아침에 잠에서  나는 방금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인지 모르게 맑은 정신에 묘한 기분을 느끼며 간단하게 씻고는 준비를 마쳤다. 대부분의 물건이나 필요한 것들은 어제 미리 준비해 두었기 때문에 해야하는 거라곤 따뜻한 차를 보온병에 담는것과 간단하게 사진을 찍을 작은 디카를 준비하는것 뿐이였다.

 

그렇게 간단하게 준비를 마친 나는 현관문을 나서서 집을 나왔다. 그러자 새하얀 눈송이들이 나를 반기듯이 잿빛 회색 구름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 오늘은 날씨가 맑다고 한것 같았는데.”

 

, 크게 상관은 없겠지. 어차피 눈이라도 조금 오는게 분위기가 있고 말이야. 게다가 제대로 담요를 준비해놨으니까.

 

스스로 완벽하다고 살짝 자만하며 나는 그대로 병원으로 향했다.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길거리가 많이 한산했고 다소 시끄러웠던 소리들도 들리지 않은  조용한 바람소리들을 은은하게 내고있었다.

 

-모처럼이니 걸어갈까?

 

평소에는 보기힘든 조용한 아침의 길거리에서 어딘지 모르게 감회로운 기분을 느낀 탓인지, 오늘은 그냥 병원까지 걸어서 가고싶었다.  마침 꽤나 쌓인 눈때문에 버스나 택시들도 보이지 않았고 말이다.

 

요즘 우리나라 도시에 내리는 눈들은 대부분 산성을 띄고 있다고 하던데 , 나하고는 별로 상관 없는일이다. 산성이 내리든 뭐가 내리든,  마음은 여전히 잿빛이라는 사실은 전혀 바뀌지 않으니까.

 

그나저나, 이렇게 오늘처럼 누군가와 같이 나가기로 했었던 날이 얼마만에 찾아온 것일까?  전에도 슬비와 같이 자주 여기저기를 다녔던것 같기는 하지만 그런 기억들은 이미   달간의 일들 때문에 여기저기 바래고 흐릿해진지 오래다.

 

조금이라도  같이 많은 곳들을 가봤어야 했는데 말이야...”

 

하지만 그녀와 보냈던 시간을 나는  대부분을 시큰둥하게 반응하며 귀찮아 했다. 항상 멍청이 같이 집에서 게임이나 하는게  재밌다는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며.

 

원래 사람들은 모두 일이 닥쳐와야 뼈저리게 후회를 하는 법이다. 마치  동안 누려왔던 행복과 추억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각하지도 못한  하루 하루를 의미없다고 생각하다  행복들이 사라져야 지만  날들이 얼마나 의미 있었던 날들이였는지 깨닫게 된다.

 

...역시 이런 생각들은 그만 두자. 오늘은 조금이라도 웃으며 추억을 남기기로  날인데 이렇게 부정적이고도 자학적인 생각을 해봤자 기분만  우울해질 뿐이다.

 

이런저런 잡생각들을 떨쳐내기 위해 나는 한손으로 잡고있던 가방끈을 뒤로 걸쳐 매고는 그대로 병원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달리기라도 하면 생각을 떨쳐낼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렇게 달린 탓일까, 길거리 너머를 바라보자 어느새 병원이 보이는 곳까지 도착해 있었다.

 

시간이란  유동적이라고 새삼스럽게 느끼며 나는 평소와 똑같이 접수처에 싸인을 하고는 엘레베이터를 타고 버튼을 눌러 4층까지 올라갔다.

 

4층에 도착한 나는 그대로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그대로 복도를 걸어갔다. 그녀가 있는 병실을 향해서.

 

벌써 수십번은 와봤던 탓인지  몸이 본능적으로 병실의 위치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무의식적으로 카드키를 꺼내 병실의 문을 열며 생각했다.

 

혹시 아직 자고있을려나? 만약 자고있다면 자그만한 장난을 쳐볼까

 

슬비야, 나왔...”


어떤식으로 장난을 칠까 생각하며 문을 열었지만 병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것은 웃고있던 그녀의 모습이나 조용히 잠들어있는 그녀의 모습이 아니였다.

 

환자분! 정신 차리세요!”

 

제세동기 준비해!”

 

...아니야. 이럴리가 없어. 아직 2달밖에 안됐다고.

 

모든 감각들이 하나 둘씩 몸에서 멀어져간다. 시야가 마치 눈가리개를 한것 마냥 캄캄하다. 청각 또한 물속에 잠긴듯이 먹먹한 탓에  손에서 떨어져 바닥에 부딫치며 흩어지는 도시락통의 소리조차 마치 다른 세상의 일인듯이 느껴진다.

 

보호자분! 들어오시면 안됩니다!”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향해 한발짝 내딛자 날카로운 여성의 목소리가 나를 제지하며 억지로 멈춰 세웠다.

 

클리어!”

 

다시한번! 클리어!”

 

보호자분! 나가주세요!”

 

간호사가 내게 다가와 나를 억지로 밀어내고는 병실의 문을 닫아버렸다.

 

그렇게 불청객인 마냥 쫒겨난 나는 눈앞에 놓여진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해서 속으로 현실을 부정했다.

 

 오늘일까. 많고 많은 날들중에  하필이면 오늘일까.

 

각오가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2 , 의사에게 잔혹한 현실을 들었던 그날부터, 나는 언젠가 찾아올 순간에 준비가 되어있다고 믿고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르고 갑작스럽게 닥쳐올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역시 행복한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이런 불행이 가득한 현실에서 무엇을 행복이라고 느낄 수 있다는 걸까, 대체 뭐가 행복한 추억을 남긴다는 것일까.


이 모든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눈 앞에 바로 현실이 있는데도 마치 기분 나쁜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처럼. 일어난다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올 거란 헛된 현실도피를 하며, 그저 그녀가 누워있을 병실 문 앞에서 멍하게 서있는 것 밖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서있기 시작 한지 1 정도 지나자 의사와 간호사들이 병실 문을 열며 나왔고 이내 시선을 떨어뜨리며 고개를 숙이더니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듣지 않기를 바랬던 통보를 내게 고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죄송합니다.”

 

의사가 말한  한마디가 이미 너덜너덜 해져있던  마음을 결국 끝내 찢어버리고 말았다. 슬픔인지 상실감인지, 아니면 분노인지도 모를 엉망진창으로 뒤섞인 감정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감정이 결코  밖으로 나오는 일은 없었다.

 

 대신, 오로직 내가 할수있던 것은 쓰러지듯 벽에기대 바닥에 주저앉는  뿐이였다.

 

그렇게 주저앉은지 몇분정도가 흘렀을까, 몇명의 병원 관계자들이 그녀의 병실을 들어갔다 나오고를 반복했고 뒤늦게 소식을 들은것인지 많은 지인들이 무어라 말하지 못할 표정을 지으며 내게 찾아왔다.

 

하나같이 다들 내게 유감이다, 혹은 괜찮나, 미안하다, 등의 말을 걸어왔지만  어느 것도 나를 먹구름이 끼다 못해 소나기가 내리는 현실 속에서 꺼내주지 못했다.

 

 후로, 장례식 준비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내게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왔지만 나는  질문들중에서  무엇 하나 대답할수가 없었다. 장례식 같은 거는 나중에 생각하면 돼겠지, 라는 세상편한 생각을 해왔던 탓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든것이 짙은 안개속에서 길을 잃은것 같은 기분이였다.

 

정작 보호자인 내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자 병원 관계자들과 지인들이 어쩔줄 몰라하며 당황하고 있었지만 뒤늦게 찾아오신 엄마가 나를 대신해 질문에 대답하며 장례식 준비와 여러 서류 준비를 하셨다.

 

그렇게, 무거운 분위기 안에서 장례식은 조용하고 빠르게 준비되고 있었다.

 

언제까지 저렇게 엄마에게 모든것을 맡길수는 없다는 무의식적 생각 때문이였을까, 나는 그저 모든것을 공허하게 바라보며 장례식장 업체의 관계자에게 다가가 내가 따로 준비해야 될것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장례식 관계자는  다른것은 필요없고 고인의 유품과 영정사진 만을 준비하면 된다고 하였다.

 

 말을 들은 나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르는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그녀에 방에 들어가 앨범과 유품들을 뒤지기 시작하였다.

 

영정사진을 미리 찍어놓지 않은탓에 그냥 찍어논 사진중에서 괜찮은것을 하나 골라서 가지고 오라는 관계자의 말에 나는 여러 앨범을 꺼내 그녀의 사진들을 찾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부모님을 잃기 전의 어렷을적의 사진

아카데미에서 입학과 졸업 기념으로 찍은 사진

검은양팀의 모두와 함께 찍은 사진

그녀와의 데이트중에서 갑작스럽게 찍은 사진

결혼식을 치르던 날의 사진 

 

그녀의 추억이 담긴 사진중에서 나는 유일하게 그녀가 혼자서 찍은 사진인 졸업식 사진을 골랐고 이리저리 어질러 놓은 앨범들을 정리하는 것을 잊은  그녀의 유품을 뒤지기 시작하였다.

 

머리끈, 리본, 결혼반지, 목걸이, 요원증, 영화티켓, 여러가지의 유품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것은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액자속에 잠긴 나와 그녀의 사진이였다.

 

- 웃으면서 찍어봐!  그렇게 딱딱한 표정을 짓는거니?

 

-그야 부끄럽단 말이야...

 

-...  이런것만 부끄러워 해야하니?

 

그녀와의 작은 추억이 담긴 보잘것 없지만  무엇보다도 따스한 손길이 느껴지는  작은 사진을 보자 그제서야, 감정이 복받치며 오열이  입에서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바보같이 눈물을 흘리며 호흡을 가다듬지도 못한 , 그저 울었다. 네가 이렇게 떠나간 사실이 믿기지가 않아서, 지금이라도 뒤들 돌아보면 너가  앞에서 웃고만 있을것 같아서.

 

나는 그렇게 눈물로 가득한 밤을 지세웠다.

--------------------------------------------------------------------

 

그녀의 영정사진과 유품을 정리한  다음날, 그녀의 장례식이 치뤄졌다.

 

장례식장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고 다들 하나같이 나를 보며 위로의 한마디들을 건네주었다.

 

향이 피고있는 연기 뒤에, 10  그녀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모습 앞에서 절을 올리며 침묵을 지켰다. 많은 사람들이 울고있었고 나는 그런 눈물로 가득한 방안에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10 전에는 저것이 너의 모습이였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너의 모습이 저것이구나.

 

그리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떠나가는 것을 보며 그녀의 모습이 담긴 액자를 옆을 지키기 시작 한지 몇 일 정도가 지났을까, 영원할 것만 같았던 장례식은 어느샌가 끝나있었고 나는 어떤 술집에서 미친 듯이 술을 들이키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한번도 술을 마시지 않기로 그녀와 약속한 나다. 하지만 그녀가 떠난 지금은  어느 관점에서도 약속의 의미를 찾을수가 없었다.

 

한병, 두병, 세병정도 마시자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듯 했지만 여전히,  마음은 공허했다. 그랬기에 나는  구멍을 채우기 위해 계속해서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듯 마셨다.

 

어이 젊은이. 술을 그렇게 웃음하나 없이 마셔야 쓰나, 술이란 즐겁게 마시는 거라네.”

 

어디선가 들려온 늙은 남성의 목소리에 옆을 바라보자 머리가 하얗게 새고 수염이 덥수룩한 노인 한명이 내게 말을 걸고있었다.

 

술은 즐겁게 마시는 거다, 라니...

 

글쎄요. 저는 어떻게 라도 즐거워 지기 위해 술을 마시는 거라...”

 

즐겁다는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네. 사람이란 제멋대로 구는 생물이라서 말이지, 슬픔에 빠져 술을 마시면 더욱 우울해 지는  처럼,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네.”

 

“...생각이 마음대로 된다면 저는 이런곳에서 이렇게 의미없는 술을 마시고 있지 않겠죠.”

 

거참 꿈도 희망도 없는듯한 말이로구만. 기분이다, 모처럼 즐겁게 술을 마시고 있는데 자네같은 우울에 찌든 사람때문에 기분을 망치기도 싫으니  자네의 소원 하나를 들어줌세. 말해보게나.”

 

소원, 이라. 그런게 내게 있었나? . 하나 있었지.

 

“...잃어버린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네요.”

 

...  까따로운 소원을 비는구만? 자네는. 옛다, 들어주마. , 그냥 들어주면 재미가 없으니 제한을  걸겠지만 말이야.”

 

하하... 취하셨나 보네요.”

 

무슨소리를?  이정도에는 끄떡없는 늙은 노친네야. 취한건 자네겠지.”

 

하긴, 그럴지도 모른다. 술을 너무 들이킨 탓에 눈앞에 보이는 것도 죄다 일렁거리는데, 환영이라고 못볼리가 있나.

 

아무래도 자네는  이상 마시면 곤란할것 같으니 그만 마시고 잠이나 자게나. 소원은 잠에서 깨면 이루어져 있을테니.”

 

하하... 이제는 하다못해 환영조차 나에게 잠을 자라고 잔소리를 하네...

 

그래. 그냥 이대로 자버리자. 자는 동안 만큼은 모든것을 잊을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나는 어지러운 정신을 뒤로 하고 잠시만 이라도  슬픔을 잊기를 바라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장례식이나 병원에서 의 일들을 좀 더 현실적이고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싶었는데 한번도 경험 해본 적이 없어서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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