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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선빵 필승이다(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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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Hainsma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218.42) 댓글 7건 조회 2,100회 작성일 19-06-2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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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감정은 정말로 애매모호 하다.

 

우정, 애정, 애증, 연정, 하나같이 모두 비슷한 감정들이지만 동시에 다른 감정들이다. 그리고 이것들을 구분할  있는 척도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런 감정들의 정의는 너무나도 애매하고, 불확실하고, 그리고 덧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은 과연 어떤 것일지.

 

동경일까, 사랑일까, 아니면 동정심일까. 스스로에게 물으며 눈을 감았다. 혹시나 눈을 감으면, 답이 조금이라도 보이지 않을까, 하며.

 

 소녀가 있었다.

 

어릴적에, 하루아침에 부모님을 잃어버린 소녀가 있었다.

 

부모님을 앗아간 존재들에게 복수심을 품으며, 소녀는 하루같이 자신을 몰아붙였다.

 

잊어서는 안된다고, 반드시 잊어선 안된다고.

 

시간은 그런 소녀의 마음을 어루어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는 사라지지 않은  남아서 소녀를 붙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소녀에게 ‘ 혼자가 아니야라는 한마디를 해주고 싶었다. 처음에는 단지 그것 뿐이였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해버린  감정은 이미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나도 커져버렸다.

 

사랑, 동경, 그리고 동정심.

 

애매모호하게, 복잡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이세하 요원. 잠깐 부탁 하나만 해도 되요?”

 

눈을 감고 자아도찰을 하던 와중에, 최근들어 익숙해진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와 눈을 뜨자,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루나가  앞에 서있었다. 그나저나 부탁이라니, 보나마나   귀찮게 하려고

 

마지막 부탁이에요.  이상은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

 

듣기도 전에 거절하려고 입을 열려던 나는, 평소와는 다르게 무언가를 굳게 결심한 듯한 루나의 표정을 보고는 입을 닫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루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오늘 하루만 저랑 같이 어울려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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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자신과 같이 어울려달라는 루나의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루나가 나를 어딘가  마음에 안드는 곳에 데려가 하루종일 힘빠지게 하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고개를 끄덕인거, 이제와서 거절한다고 해도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하는  없이 루나의 말대로 오늘 하루만 그녀와 어울리기로 하였다.

 

그렇게 반쯤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루나를 따라왔건만

 

“…루나? 여긴 대체…”

 

넓은 , 헤드 디스플레이를 쓰고 막대기 모양의 컨트롤러를  채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대체 여기가 뭐하는 곳인가 싶을테지만,  같은 사람들이 본다면 흥미로워서 환희를 지를 만한 장소.

 

“VR 스테이션 체험장소에요. 이번에 새로 열었다고 들었거든요.”

 

“…쩐다.”

 

게이머로써의 본능이 내게 외치고 있다. 빨리 닥치고 가서 체험해보라고.

 

본능대로 움직여 허겁지겁 헤드셋을 착용하고 막대기 모양의 컨트롤러를 손에 쥐자, 착용한 헤드셋 디스플레이가 그저 넓었던 방을 순식간에 검투장으로 바꾸며 나를 감격에 빠지게 했다.

 

“….”

 

내가 들고있는 막대기 모영의 컨트롤러가 거칠어보이는 장검으로 변해있다. 그리고 주변을 바라보니 다른 사람들이 서로 검을 휘두르며 하하호호 체험을 즐기고 있다.

 

루나! 이거 대박이다! 너도 와서 해봐!”

 

들뜬 목소리로 그렇게 루나한테 말하자 루나도 똑같이 헤드셋을 착용하고 내게 다가왔고, 그러자 루나가 들고있던 막대기 모양의 컨트롤러가 중세시대 원형 방패로 바뀌었다.

 

우와생각보다  현실같네…?”

 

그렇지? 이정도면 훈련 프로그램 뺨칠 정도인데? 그래픽이 아주 쥑인다니까?”

 

빨리 체험해 보고 싶다는 욕구에 덜컥 컨트롤러의 버튼을 누르자 갑자기 화면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며 짧막한 설명글이 나타났다.

 

[챌린지 모드: 살아남으십시오]

 

?”

 

?”

 

갑자기 난데없는 설명과 함께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이내 나와 루나 주변에 수많은 검투사들이 나타나며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당황한 루나와 나는 허겁지겁 전투태세를 갖추며 검투사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나와 루나를 공격하던 검투사들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빠르고 예리하게 움직이는 검투사들은 점점 나와 루나를 압박해왔다. 하지만 그래도, 나와 루나를 멈춰 세우기에는 부족했다.

 

루나! 뒤쪽에 조심해!”

 

, !”

 

이리저리 움직이며 검투사들을 상대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많이 스폰하게 프로그램되어있는 시스템 때문에 다구리를 당해버린 나와 루나는 Game Over 이라는 화면과 함께 아쉬움을 느끼며 헤드셋을 벗었다.

 

? 뭐야, 우리가 신기록을 세웠나본데?”

 

그렇게 헤드셋을 벗자  안에 설치된 스크린에 적혀있는 우리의 게임기록이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아하니까 생존시간이 35 15뭐야,  신기록 보다 5배는  길잖아?

 

아마 나와 루나가 위상능력자여서 그런 탓일까? 하기야 , 차원종들에 비하면 검투사들의 움직임은 꽤나 단조롭긴 했지만 말이야.

 

그렇게 체험이 끝나자 나는 꽤나 즐거웠었다고 생각하며 루나와 함께 체험장에서 나왔다.

 

, 배고프다.”

 

몸을 많이 움직여서 그런걸까, 아니면 점심시간이  돼서 그런걸까, 허기감을 느끼며 그렇게 말하자 루나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잡고는 나를 어딘가로 안내했다.

 

따라오세요. 점심먹기  좋은 곳을 알고있거든요.”

 

점심 먹기  좋은 ? 설마 무슨 숨막히게 고급 레스토랑이나 그런 곳으로 데려가는  아니겠지…? 고급 레스토랑이라면 음식은 좋겠지만 손님들이 워낙 많아서 밥먹는데  시간이나 기다려야  수도 있는데

 

그런 우려와 함께 걱정하던 나였지만,  예상과는 달리 루나가 나를 데리고  곳은 작은 길거리 샌드위치 가게였다. 한국에서 보던 포장마차 보다는 조금  크지만, 그렇다고 해서  뛰어나 보이거나 고급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나라 보다  투박하다고 해야하나

 

“…여기서 먹는다고?”

 

. 이래뵈도 독일에서 소문난 맛집이거든요.”

 

맛집? 손님이라고는 우리밖에 없는데? 소문났다는게 안좋은 쪽으로 소문이 난거여?”

 

야뇨. 그게 아니라 원래 여기는 12시부터 열거든요. 아마 우리가 오늘 처음으로  손님일걸요?”

 

12시부터 연다고? 그래가지고 장사가 되나? 본전도  뽑을  같은데

 

 못미더운 기분과 함께 루나와 포장마차에 다가가자, 우직해 보이는 독일 남성이 나와 루나를 맞이하며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했다.

 

“[어서옵쇼!!]”

 

“[안녕하세요.]”

 

“[?  왔구만 꼬마 아가씨? 최근들어 오는게 뜸해서 영영 안오는  알았다고.]”

 

“[죄송해요. 최근들어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어 가지고…]”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남성과 서로 독일어로 대화를 나누는 루나. 뭐라는지는 알아들을  없지만, 그래도 사이가 꽤나 좋다는  얼핏 보더라도   있었다.

 

“[그래서, 옆에있는 녀석은? 남자친구?]”

 

독일어 하나 할줄 모르는 나지만, 그래도 방금  아저씨가 뭐라고 말했는지는 왠지 모르게 알아 들을  있을  같다. 그야  아저씨가 지금 짓고 있는 표정이랑 말하고 있는 분위기가 제이 아저씨가  놀려먹을 때랑 완전 똑같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독일 아저씨가 장난스럽게 뭐라고 묻자 루나는 그저 웃음으로 대답하며 이것저것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호쾌한 동작으로 주문받은 대로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하였고, 이내 매우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샌드위치를 나와 루나에게 건내주었다.

 

, 뭐야. 이거 맛있는데?”

 

한입 베어먹자 마자 혀에 스며드는 놀라운 . 로스트 비프와 허니 머스타드, 그리고  놓여진 상추랑 블랙 올리브가 조화를 이루며  식욕을 단숨에 자극했다. 덕분에 나는 이내 순식간에 샌드위치를 먹어 치웠고, 그러자 이내 주인 아저씨가 나를 웃으며 바라보았다.

 

말했죠? 맛집이라고.”

 

“…그렇네.”

 

왠지 모르게 이겼다는 듯한 말투로 말하는 루나. 그런 우쭐해 보이는 루나를 골려먹이고 싶은 마음이 순간 떠올랐지만, 너무나도 완벽한 샌드위치의 맛에 매료되어버려 딱히 그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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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맛있는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  뒤로, 루나와 나는 독일 도시의 길거리를 같이 걸으며 여러 군데를 들렸다.

 

길거리 음악단의 연주를 감상하거나,

 

아니, 대체 어떻게 막대기랑 깡통으로 밴드 그룹 뺨치는 연주를…”

 

저런 사람들은 주변에 널렸는데요?”

 

“…”

 

주변 지도를 보여주는 홀로그램 패널 만지작 거리거나,

 

“…이걸로 모바일 게임을 하면  좋을  같은데.”

 

하지 마세요. 기물파손으로 잡혀가요.”

 

아니, 딱히 게임한다고 해서 망가지는 것도 아니잖아?”

 

 망가뜨려야만 기물파손인건 아니잖아요.”

 

여러 가지 인형들을 파는 가게에 들리거나,

 

루나.  곰돌이 인형, 갖고싶어?”

 

, 아니거든요?!”

 

아니긴 뭐가 아냐.  봐도 표정이 훤히 드러나 있구만.”

 

“…그러는 이세하 요원은 펭귄 인형을  잡고 있는건데요.”

 

, 이건 그냥 습관적으로…”

 

아니면 맥주 마시기 컨테스트를 구경하거나.

 

“…저러다가 빈대떡 부치는거 아냐?”

 

“…제리가 본다면  상태가 악화된다고 펄떡 뛰겠는데요…”

 

확실히 저렇게 마셔대면 간이 알코올에 아주 그냥 절여지겠구만.”

 

“…볼프강 선생님도 가끔 저렇게 맥주를 마시기는 하시지만그럴  마다 제리한테 잔소리를 듣거든요.”

 

그렇게 길거리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루나와 대화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자, 어느샌가 날은 저물어가고 있었다.

 

해가 지평선에 걸터앉은 하늘을  나는, 길거리를 걷다보니 오게된 공원의 분수를 바라보며 오늘 하루는 꽤나 즐거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루나가 같이 가자길래 저번처럼 이리저리 끌려다니면서 흥미도 없는 것들만 잔뜩 하게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VR 시뮬레이션을 체험하는거나,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은거랑,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신기해 보이거나 흥미로워 보이는 곳에 들리거나

 

잠깐만, 생각해 보니까 완전 데이트 아냐?

 

데이트라고 한다면 지난번에 루나에게 끌려다녔던 것도 데이트라면 데이트였지만 오늘과는 확연히 다르다. 왜냐하면 지난번에는 순전히 루나가 가고 싶은 곳에만 가고 루나가 하고 싶은 것만 했지만, 오늘은 대부분 내가 가고 싶어 하는 곳에 가거나 하고 싶어할 만한 것만 했기 때문이다.

 

마치 나를 배려하듯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오늘 아침에 루나가 내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마지막 부탁이에요.

 

마지막?  그때 루나는 마지막이라고 말했던 걸까?

 

진심이 담겼던 루나의 말투, 데이트 같았던 오늘 하루, 그리고 해가 지평선에 걸쳐진 지금, 나와 루나는 어느 공원의 분수대 앞에 서있다. 그런 사실들을 깨닫자, 나는 어렴풋이 이유를 깨달을  있었다.

 

이세하 요원.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

 

루나가 저물어가는 해를 등지며 내게 말했다.

 

진지하면서도, 어딘가 애처롭게 보이는 루나의 표정을 보자, 나는 그저 이어지는 루나의 말을 기다릴  밖에 없었다.

 

저는…”

 

심장이 뛰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순간  심장소리인가 싶어 귀를 기울여보았지만, 들려온 심장소리는  것이 아닌 루나의 것이였다. 긴장감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루나의 심장은 지금 미친 듯이 뛰고 있다.

 

이세하 요원을좋아해요.”

 

“…”

 

벌써  번인지 모를 루나의 고백이  귀에 들려왔다.

 

처음 만났던 그때 내게 했던 루나의 고백아닌 고백.

서로 다투고 화풀이 하듯이 내게 했던 루나의 고백.

그리고 방금 들려왔던 루나의 진심이 담긴 고백.

 

완벽한 고백이라고 순간 생각했다.

 

오늘 하루동안 착실히 나를 배려하고, 해가 져가는 공원의 분수대 앞에서  하나 잡을  없는 목소리로 루나는 내게 고백했다.

 

항상 내가 생각해왔던, 이상적이고도 완벽한 고백.

 

다만, 성공하지 못할 고백.

 

순간 루나에게 묻고싶었다. 이러면  마음이 바뀔  같았냐고, 이러면  마음이 이루어질거라고 생각했냐고.

 

완벽한 고백이었지만 나는  고백을 받아 들일  없다.

 

왜냐하면 지금  순간에도, 슬비의 모습이  앞에서 아른거리고 있으니까.

 

받아들일  없는 고백이지만, 나는 선뜻 거절의 말을 내뱉을  없었다. 만약 내가 거절한다면 루나가 상처입는걸, 그동안 가까워졌던 사이가 다시 멀어지는걸 원하지 않으니까.

 

“…나는-”

 

루나가 미웠다. 이런 골치아픈 고백을 내게  루나가,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내게는 버거운 책임을 떠밀은 루나가 싫었다. 그리고 동시에, 내게 이뤄지지 못할 고백을  루나가너무 가여웠다.

 

닮은 꼴이다.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게 돼서, 상대방이 받아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전하는 그런 루나의 모습이, 나와도 너무 닮맜다고 생각했다.

 

“…미안.”

 

목구멍에서 맴돌고 있던 거절의 말이, 결국  밖으로 나왔다.

 

알았어요.”

 

“…?”

 

털털한 말투로 루나가 그렇게 말하자, 나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물음표를 띄웠다. 그러자 루나는 이내 기지개를 펴며 개운한 듯한 말투로 소리쳤다.

 

~ 말하니까 편하다~!”

 

“…?”

 

뭐에요,  그렇게 맹한 표정으로 쳐다봐요?”

 

아니, 그게. 아무렇지도 않아 보인다?”

 

그야 당연하죠. 알고있었으니까요.”

 

뭐야, 얘는 진짜 그냥 알면서도 마음을 정리하려고 나한테 고백한거야?

 

“…내가 했던 고민들, 물어내.”

 

싫어요.”

 

아놔...”

 

대신 저번에 민폐를 끼친건 갚아 드릴게요.”

 

저번에 민폐 끼쳤던거? . 몇일 전에 계속해서  이리저리 끌고다니면서 귀찮게 했던거? 딱히 이제와서 갚아주거나  필요는 없는데물론 그때는 짜증났었지만 원래 짜증 같은 감정들은 오래가는게 아니라서 벌써 잊어버린지 오래라

 

저쪽으로 가시면 가로등 밑에 벤치 하나가 놓여져 있을거에요. 한번 가보세요.”

 

? 갑자기 ?”

 

그냥 속는  치고  말을 믿어보세요.”

 

적어도 왠지 설명은 해주지?”

 

싫어요.”

 

 이렇게 싫은게 많냐 너는…”

 

묻고 따지지도 말고 가로등 밑에 놓여진 벤치에 가라는 루나의 말에 당연하게도 의문이 들었지만, 나는 사뭇 서글퍼보이는 루나의 표정을 보고는 그냥 따르기로 하며 루나가 가르킨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루나는 떠나가는 내게 충고하듯이 말을 건냈다.

 

한번쯤은 자신의 마음을 밀어붙혀보세요. 이기적이더라도.”

 

“…? 갑자기  뚱딴지 같은 소리야?”

 

글쎄요. 뚱딴지인지 꿀딴지인지는 가보면 아시게 될걸요.”

 

“…, 오늘들어 조금 달라진  같다?”

 

기분  일걸요.”

 

오늘따라 왠지 모르게 어른스러워 보이는 루나를 향해 그렇게 말하자 루나는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루나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무너지기 직전의 댐처럼 보였던  기분탓 이였을까.

 

“…그래? 아무튼 오늘은 덕분에 즐거웠어. 다음에도 이렇게 한번 놀자.”

 

생각해 볼게요.”

 

그런 루나를 향해 나름대로 위로의 말을 건내려고 하였지만,  밖으로 나온 말은 그저 인사에 불과한 무언가였다. 그래도 루나는 그런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지만.

 

그렇게 얼떨결에 인사를 건낸 나는 살짝 머뭇거리다가 다시 벤치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벽돌로 이루어진 인도에  신발이 부딫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려퍼졌다. 주변이 이상하리 만큼 조용해서 그런걸까.

 

한걸음, 그리고  한걸음. 발을 앞으로 내딛기를 반복하자, 이내 자그마한 벤치 하나가 가로등의 불빛 아래에서 나를 맞이하였다.

 

“…뭐야, 아무것도 -”

 

이세하?”

 

한숨을 내쉬며 헛걸음 했다고 생각했던  순간, 이곳에서 들을거라 생각하지도 못했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다.

 

마치 목소리에 이끌리듯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슬비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슬비? 네가  여기에…”

 

왜라니, 네가 루나한테 오늘 여기에서 만나자고 나한테 전해달라고 했다며?”

 

아니  그런  한적 없는데애초에 오늘 내가 이곳에 오게된  부터가 루나 때문인데잠깐만, 그런데 루나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한번쯤은 자신의 마음을 밀어붙혀보세요. 이기적이더라도.

 

아까전에 루나가 했던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 그런건가. 오늘 루나가 나를 데리고 나온 이유는 이것 때문에

 

차일 것을 알면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 상처받게 될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루나는 오늘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바보같이 웃음으로 아픔을 감추며. 이제야 루나가 했던 말을 이해할  있었다.

 

미안해 루나. 이렇게 까지 하게 만들어서.

 

하지만 루나가 상처를 입어서 까지 만들어준 순간이다. 미안하다면 이곳에서 물러나서는 안된다. 적어도,  마음을 확실하게 전해야지 루나를  면목이 있다.

 

슬비야.  역시  곁에 있고싶어.”

 

“…”

 

굳게 마음을 먹고 그렇게 말하자, 슬비는 이내 침묵을 지키며 나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이세하. 저번에 내가 말했잖아.  마음은 확실하더라도,  마음은 그렇지 않다고.”

 

정말로?”

 

그래.  내가  좋아하는지 어떤지  몰라.”

 

확실해?”

 

확실해.”

 

슬비가 단호하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나는 지금까지 피하고  피해왔던 말을  밖으로 꺼내버렸다.

 

“…그건 네가 겪었던 일들 때문이야?”

 

순간, 주변의 공기가  무엇보다도 차가워졌다.

 

지평선에 걸쳐있던 해는 결국 달에게 밀려나 모습을 감춰버렸고,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달빛 조차도, 애꿏은 구름에 가려져 버렸다.

 

이세하. 네가 방금 무슨 말을 한건지, 알기나 ?”

 

슬비가 굳어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슬비와 알고 지내며 수없이도 슬비의 화난 표정을 봐와서 알고 있다. 슬비가 진짜로 화가 났을 때는 항상 굳은 표정에 나지막한 말투였다는 것을.

 

.”

 

“…”

 

슬비가 내게 화를 내는  당연한 거다. 누가 보더라도 내가  말은 배려심 없고 이기적이고 오만한 질문이였으니까.

 

 잘못이 아니였어. 너도 알고 있잖아.”

 

“…”

 

그러니까 스스로를-”

 

 다물어 이세하.”

 

 무엇보다도 싸늘한 목소리로 슬비가 내게 말했다.

 

네가  안다고 그래?”

 

“…”

 

 알아?  앞에서 부모님이 죽어가는게 어떤 기분인지?”

 

“…”

 

피가 계속해서 흘러나와. 페트병을 쏫은 것처럼. 그리고 그걸 막아보려고 울며불며 안간힘을 쓰지.”

 

“…”

 

그런데  소용없어. 손만 홍건하게 젖을 뿐이야. 붉은 색으로.”

 

“…”

 

웃기지 않아? 상황이  끝난 후에야 위상력이 각성된게.”

 

“…”

 

내가  제때 위상력을 각성하지 못했는지 알려줄까?”

 

“…”

 

무서워서 겁에 질려있었거든. 아무것도 못한 .”

 

“…”

 

그런데  아무 잘못이 없다고? 그거 알아 이세하? 아무것도 하지 못한것도 죄야. 그때, 차원종에게 악을 쓰고 발버둥이라도 치면서 덤벼들어야 했어.”

 

슬비의 말에 어렷을 적의 슬비가 죽어가는 부모님을 붙잡으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모습을 겹쳐본 것은 기분  이였을까.

 

나는 슬비가 겪었던 일을 경험해  적이 없지만, 그래도 이해   있었다. 슬비가 어째서 그렇게 자신을 자책하는지, 어째서 그렇게 자신의 행복을 뒷전으로 미루는지.

 

슬비는 무서운 것이다. 일상에, 행복에 예전의 자신이 묻혀지는 . 아무것도 못했던  무력함을 잊어버리고 반복하는게.

 

어찌 보면 당연한 거다. 한자리  나이의 소녀가  앞에서 부모님이 죽어가는  직접 목격하고, 그러 바라볼  밖에 없었다면  순간은 저주처럼 소녀의 인생을 묶어버릴 테니까. 만약 내가 슬비였어도, 똑같았을 테니까.

 

하지만 이해한다고 해서, 그게 맞는건 아니다.

 

그게 뭐가 나쁜건데.”

 

“…?”

 

지금까지 슬비의 말을 그저 듣고만 있었지만,  이상은 못참는다. 듣자듣자 하니 자신을 죄인취급하는 슬비의 태도가 너무나도 맘에 들지 않는다.

 

아무것도 못하는게 당연한  아니야? 그때 덤벼들었다면 , 부모님이랑 사이좋게 같이 저세상으로 갔을려고?  바보야? 그리고 , 그날 밤에 배가 고팠던게 그렇게나 잘못된거야? 지극히 정상적인 선진대사 조차도 너한테는 그리도 잘못된거였어?”

 

그래. 나한테는 잘못 된거였어!”

 

그게 뭐가 잘못 된건데!!”

 

순간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러버리자 슬비가 놀란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러자 나는 잠시 숨을 들이마쉬며 마음을 진정시켰고, 이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슬비.   말대로 네가 겪었던 일들을 경험해  적이 없어.”

 

“…”

 

그래도 이거 하나는 너보다   알아.”

 

“…”

 

  자신을 자책할 정도로 잘못하지 않았다는 .”

 

“…”

 

그러니까  마음은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건 그만  주라…”

 

네가 상처입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나간 과거 때문에 자신을 내던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말하고 싶은건 오로직 그거 뿐이였다. 처음에는 그저  마음을 고백하고 싶은 마음으로만 가득했지만, 여기까지 와보니 그런  마음은 아무래도 좋아졌다.

 

내가 아니더라도, 슬비를 곁에서 지탱해  사람은 반드시 있을 테니까.

 

달빛에 가려진 구름 사이로, 빗줄기가 한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바람을 타고 지면에 떨어진 빗방울이 흩어지며 자그마한 소리를 내는 것과 동시에, 빗방울이 아닌 투명한 액체가 똑같이 지면에 떨어졌다.

 

비소리와는 사뭇 다른 소리에 고개를 들어 슬비의 무표정인 얼굴을 바라보자, 슬비의 눈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 이거 뭐야 …”

 

눈물이 뺨을 타고 지면에 떨어지자 슬비는 흘러내리던 액체를 감추려는  훔쳐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자  많은 눈물들이 슬비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고, 그제서야 슬비는 작게 오열하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마치 길잃은 어린아이처럼, 슬비는 그저 울고  울었다. 호흡이 가빠지고, 흘러내리는 것이 눈물인지 빗줄기인지도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나는 그런 슬비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입고있던 겉옷을 벗어 슬비의 머리에 씌워주며 살포시 그녀를 안았다. 등을 타일르듯 다독이며, 비에 젖어 차가워진 슬비의 체온을 감싸며.

 

괴로웠구나.”

 

딱히 위로의 말도, 동정의 말도 아니였다. 그저, 슬비를 보고 느낀 그대로 말했을 뿐이였다. 하지만 그러자 슬비는  어깨에 얼굴을 묻고는 숨을 죽이며 울음을 감추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슬비를 다독여주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이슬비가 내리는 하늘을.

---------------------------------------------------------------------------------- 

 

-그동안 자주 올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사실 이번 에피소드에는 루나와 세하의 데이트를 조금 더 디테일하게 쓰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좀 많이 이야기가​ 귀찮아 늘어질 것 같아서 간략하게 썼습니다. ​원래 데이트 씬을 신선하게 만들려면 오리지널 캐릭터를 추가해야 하는데 전 개인적으로 원작에 없는 캐릭터를 넣는걸 되도록이면 피할려고 하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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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ㅇㅇ님의 댓글

ㅇㅇ 이름으로 검색 아이피 (39.♡.169.54) 작성일

언제나 감사합니다! 루나는 루나대로 시원하게 털어냈고 세슬은 세슬대로 잘되길

ㅇㅇ님의 댓글

ㅇㅇ 이름으로 검색 아이피 (211.♡.28.197) 작성일

고생해서도 올려줘서 기뻐요 언젠가 세슬도 잘이어지게 됐으면 좋겠네요... 안되더라도 루나가 있으니깐요 ㅎㅎ

ㅇㅇ님의 댓글

ㅇㅇ 이름으로 검색 아이피 (39.♡.169.54) 작성일

이 시리즈 엄청 좋아하는데 혹시 13화가 완결인가요? 아님 후일담이 따로 있나요?

이루다님의 댓글

이루다 이름으로 검색 아이피 (119.♡.44.200) 작성일

<h3>'무려 590㎏ 세계서 가장 뚱뚱한 남자 3년 후…체중 330㎏ 뺐다

세계에서 가장 뚱뚱한 사람 - 몸무게 550kg의 사나이

<img src="http://cfs2.blog.daum.net/upload_control/download.blog?fhandle=MDhXMkZAZnMyLmJsb2cuZGF1bS5uZXQ6L0lNQUdFLzIvMjUzLmpwZy50aHVtYg==&filename=253.jpg" alt="" />

멕시코 몬테레이에 사는 마누엘 우리베씨는 이 세상에서 가장 뚱뚱한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다.

올해 40세인 우리베씨는 비만으로 인해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어 생명에 위협을 받아

한 이탈리아 의사의 제안으로 수술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320kg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는 멕시코의 한 거구 남성이 자신의 두 발로 서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희망이라고 밝혔다.

한때 550kg의 체중으로 기네스북 인간몸무게 부문 신기록에 오르기도 했던 마누엘 우리베는 11일 43회 생일을 맞아 자신의 '소박한 소망'은 자신의 발로 서서 약혼녀 클라우디아 솔리스(38)와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베는 지난 2년 동안 꾸준한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을 거의 절반으로 줄였으나 아직 서지는 못하고 겨우 앉는 것이 고작이라고 밝히고 기네스북 담당자가 오는 7월중에 자신을 찾아와 체중을 가장 많이 줄인 주인공으로 기록을 확인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년간 침대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해 가끔 좌절감을 느낀다고 밝힌 우리베는 특히 지난 3월 솔리스의 생일파티에 참석하려 했으나 그가 사용하고 있던 특수침대를 견인하던 트럭이 지하도를 통과할 수 없어 오랜 만의 외출계획이 무산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우리베는 미용사인 솔리스를 4년 전에 처음 만났으며 지난 2년 동안 동거생활을 해왔다고 밝히고 "우리는 결혼식만 올리지 않았을 뿐 이미 결혼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솔리스는 약혼반지를 자랑하며 거구의 애인과 지내는 생활이 항상 쉬운 것만은 아니라고 인정하고 "나는 그를 매일 목욕시키며 잘 지내고 있다. 사람들은 우리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갖기도 하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솔리스는 우리베와 같이 과체중이었던 첫 번째 남편이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했기 때문에 가족들이 처음에는 우리베와 사귀는 것에 반대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img src="http://cfs2.blog.daum.net/upload_control/download.blog?fhandle=MDhXMkZAZnMyLmJsb2cuZGF1bS5uZXQ6L0lNQUdFLzIvMjU0LmpwZy50aHVtYg==&filename=254.jpg" al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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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뚱뚱한 사람으로 알려진 멕시코인 마누엘 우리베씨가 계속되는 비만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게 돼 결국 살빼기 수술을 받기로 했다고 미 ABC 방송과 로이터통신이 3일 보도했다.

올해 40세인 우리베씨의 몸무게는 아기 코끼리 다섯 마리의 무게와 맞먹는 550kg(1천213 파운드) 정도.

그는 몸이 너무 무거워 서 있을 수조차 없어 지난 5년간 침대에서만 지내야했으며 "살을 빼지 않아서 죽게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22살 때까지만해도 130kg(290파운드)였으나 이후 급속히 몸무게가 늘어나 생명의 위협을 받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또 너무 뚱뚱해서 최근 몇년동안엔 주변 사람들이 그의 몸무게를 달아볼 적당한 저울을 찾지 못해 그의 몸을 줄자로 잰 뒤 몸무게를 대충 추정해왔다.

우리베는 올해 초 멕시코 TV에 나와 도움을 호소했고, 이 소식을 들은 이탈리아의사가 지난 3월 멕시코를 방문, 우리베씨의 상태를 살펴본 뒤 살빼기 수술을 무료로 해주겠다는 제안을 해 수술을 받게 됐다.

하지만 우리베씨는 걸을 수가 없어서 현재 살고 있는 멕시코의 몬트레이에서 이탈리아의 모데나까지 가기 위해선 특별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극도의 비만에도 불구하고 우리베씨는 콜레스테롤과 혈당수치가 정상치를 유지하고 있어 의사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2006년판 기네스북에는 생존자 가운데 가장 뚱뚱한 사람의 몸무게는 508kg(1천120파운드)으로 기록돼 있으며, 역사상 가장 뚱뚱한 사람은 지난 1983년 시애틀에서 숨진 존 브라워 미노치씨로 635kg(1천400파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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