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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갤문학] 여우와 명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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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네모3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90.137) 댓글 0건 조회 194회 작성일 19-11-2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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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늘, 늦봄의 저녁 끝자락과 함께 찾아온다. 소영은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 아는 것 이라곤, 그저 그가 오뎅꼬치를 무척 싫어한다는 사실 하나 뿐. 소영은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며 잠시 거리로 나온다. 석양이 구름 사이로 살팍하게 흩어지며 오늘도 또 하루를 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아직 손님이 남아있다. 소영은 자리에서 서성이다 거리의 먼 발치로 시선을 옮긴다. 멀리서 그림자 하나가 어른거리는 주홍빛 석양을 타고 오는 듯 하다. 그건 무척이나 작고 외로워 보인다. 그녀는 작은 한숨을 미소에 섞으며 다시 포장마차 앞에 선다.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그녀를 찾아왔다. 


 

 오늘은 학업 때문에 장사를 조금 일찍 접을까 생각도 했지만, 그의 생각이 문득 떠올라 조금 더 기다리게 되었다. 기이한 마음이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 하나 받지 않는다고 해서 학비가 크게 더 벌리는 것도 아니다. 낮 시간이야 주변에서 일하는 인부들과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모두 퇴근하는 저녁 시간에는 손님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가끔 경비를 서는 특경대 대원들이 간혹 들러 군것질을 하고 가긴 하지만 그것이 매번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고생스럽기만 한 것이, 모로 봐도 그녀로서는 별 이득이 없는 일 이다. 하지만 소영은 집에 돌아가는 대신 1인분 가량의 음식들을 따로 준비 해 놓는다. 튀김, 떡볶이, 순대.......그는 사실 뭐든지 잘 먹는다. 오뎅만 빼고. 그래서 그의 접시에는 항상 오뎅 대신 김말이와 튀김이 주를 이룬다. 몇 번 이유를 묻기도 해 봤지만, 때마다 이어지는 그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소영은 매번 캐묻기를 포기했다. 하지만 가끔은 참을 수 없이 신경쓰일 때가 있다.



 소년의 표정이, 표독스러운 말투를 타고 소영의 심장 한 켠에 와 스러지듯 눕는다. 거친 입과 사나운 인상, 찡그린 입술. 그는 절대로 호감가는 사람이 아니다. 클로저라면 분명 동료들이 있을 터 지만, 그가 동료들과 같이 있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아마도 그의 저 성격때문이리라. 하지만 알 수 없게도, 소영은 소년의 그 날카로운 눈매 사이로 떠오른 파아란 눈동자를 볼 때마다 간혹 머엉 하고 목 아래가 먹먹해질 때가 있었다. 



 소년의 눈동자는 너무나 맑고 깊어서, 그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그의 눈에는 명왕성이 살고 있다고, 소영은 생각했다. 그건 그녀가 알 수 없는 마음들을 잔뜩 담고 그녀가 착륙하려 신호를 보낼 때 마다 사납게 으르렁댄다. 그러면 그녀는 팡. 하고 공허한 공간으로 튕겨나가 다시 명왕성의 궤도를 돌게되는 것 이었다. 태양빛의 온기도 닿지 않는 어둠 속 에서, 그 초라한 별은 오늘도 슬프게 빛나고 있을 것 이다. 소영은 작게 쓴웃음을 지으며 그릇에 언제나와 같은 주문으로 음식을 담는다.



 떡볶이 1인 분에 튀김 3개, 김말이 2개, 오징어 튀김은 1개. 그건 작게 잘라서 줘야 한다. 본디 소년은 오래 씹지 않고 빨리빨리 삼키는 타입이다. 어쩌다보니 생긴 작은 배려다. 또 목이 막혀 캑캑대는 그를 보고 싶진 않았다. 아니, 어쩌다 또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솔직히 그땐 꽤 귀여웠다고 생각했다.



 미리 음식을 세팅해 놓고 그를 맞이하러 나선다. 소년은 오늘 어딘가 많이 다른 모습이다. 언제부터인가 차분하게 내린 머리는 그렇다 쳐도, 한 번도 보지 못한 교복에 유니온 소속임을 알려주는 완장을 오른 팔에 차고,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안경을 부자연스럽게 고쳐쓴다. 거친 입담은 덤이다. 소영은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의 첫 모습을 떠올려보면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차림이다.



 드라마 같은 곳 에서 본 적 있는 것 같다. 학교에서 공부 잘하고 싸움도 잘하지만, 어쩐지 바보같아서 인생 손해보고 사는 그런 이미지 말이다. 문득 소년의 나이가 궁금해진다. 그는 몇 살 인 걸까?



 잘 차려놓은 식탁앞에 서자, 소년은 말도 없이 허겁지겁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그녀는 웃으며 종이컵에 오뎅국물을 따라준다. 뭐가 웃겨, 하고 소년이 특유의 목소리로 묻더니 먹다 말고 살짝 눈치를 본다. 



 "아니야, 아무것도."



 소영은 휴지를 몇 장 뽑아 소년에게 건넨다. 입가에 묻었어. 어? 너 티셔츠. 그녀가 가리킨 곳에 떡볶이 국물 한 방울이 작게 묻어있다. 



 "아, 이런 제기랄." 



 소년은 소영의 손에서 휴지를 낚아 채 흰 티셔츠에 묻은 국물을 지우기에 여념이 없다. 빨아서 가져다줄까? 소영이 쿡쿡대며 웃는다. 소년이 얼빠진 표정으로 쳐다본다. 미쳤어? 돌았구만 아주. 거친 말투와는 달리, 그의 눈은 어쩐지 사근사근 잠든 아기 늑대를 연상케 한다. 이 세상에 정말 늑대소년이 존재한다면 그건 아마도 이 소년일 것 이다. 그 말고는 그 누구도 생각할 수 없었다. 



 "오징어 튀김이나 하나 더 줘."



 "많이 배고팠나 봐? 역시 클로저 일, 만만치 않지? 근데 혼자서 일하는거야? 나, 그러고보면 한 번도 너가 누구랑 같이 일하는 걸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서. 혹시 있으면 데리고 올래? 갑자기 막 궁금하고 그런데, 응?"



 "왜 뜬금없이 같잖은 걸 물어보고 난리야? 난 그런 거 없다고 몇 번 말해."



 "하지만 검은양 팀 얘들은 항상 같이 다니던데, 너 만 혼자 다니는 게 특이하다 싶어서."



 ".......뭐?"



 검은양 이라는 말에, 그의 눈썹이 사납게 찌푸려진다. 아차 싶다. 소영은 다급하게 말을 얼버무린다. 소영의 반응에 소년은 다시 묵묵히 식사를 계속한다. 소년은 그들의 이름이나 검은양 이라는 말 만 들으면 무척이나 화를 낸다. 무슨 원한관계라도 있는 것 일까? 아니. 그런 건 아닐 것 이다. 단순한 분노의 표출이라 보기에, 그의 말투에선 이유 모를 씁쓸함이 짙게 풍긴다. 그리고 그녀는 소년의 눈을 보며 확신한다. 푸른 바다 아래로 별 하나가 깜빡, 하고 시들듯이 반짝인다. 



 갑자기 세상 모두가 어둠속으로 침묵하며 사라진다. 문득 중력이 사라지고 소영의 두 발이 하늘로 떠오른다. 그녀는 다시 우주비행사가 된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 안에서 그녀는 숨막히듯 고독한 신호를 본다. 어두운 밤 하늘 위 에는 소영과 명왕성 뿐 이다. 꺼질듯이 숨 쉬는 명왕성을 보며 그녀는 타들어가는 듯 한 느낌을 받는다. 그건 아주 오래 된 기억처럼 그녀의 심장을 뚫고 나오려 안간힘을 쓴다. 



 내가 너의 위에 착륙한다면, 그 땐 알 수 있을까? 이 감정이 무엇인지. 너는 무엇인지. 내 마음 속 고통의 기원이 어디인지. 하지만 난 언제나 너의 주변만을 떠돌 뿐 이야. 넌 언제나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그저 나를 추방해 버리곤 해. 그러니까 난 네 주변을 돌면서 계속 너를 관측하고만 있을 뿐 이야. 난 가끔 네가 원망스러워. 나는 너로 인해 고도의 고행자처럼 고통스럽고 사막의 방랑자처럼 외롭다. 그런데도 넌 계속 그렇게 반짝이고 있지. 마치 이 세상의 사랑 전부를 원하는 것 같아. 분명 넌 모든 걸 거부하고 있는데. 난 너의 그런 기이한 중력에 묶여서 영원히 네 주변을 돌고 있어.



 넌 도대체 뭐니? 넌 누구야?



 소영은 손길을 멈춘다. 대신 튀김을 썰다 만 손으로 오뎅 꼬치를 하나 집어든다.



 "오뎅, 먹을래?"



 소년의 눈이 섬뜩하게 번뜩인다. 하지만 오늘은 그녀도 물러서지 않는다.



 "먹어 봐. 맛있을거야."



 "말 했을텐데? 내가 그 빌어먹을 거 싫어한다고."



 "정말이야? 정말 이거 싫어하는 거, 맞아?"



 여느 때 와는 다른 그녀의 반응에, 소년은 잠시 멈칫거리더니 할 말을 잃고 만다. 그녀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알 도리가 없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이런 버릇없는 어린얘 따위, 다시는 오지말라고 하면 그만인데. 그런데도 어째서 나는 이렇게 그에게 엮이려고 하는 것 일까? 보지 않으면 마음도 편해질텐데, 그녀는 오늘도 소년 안의 별에게 교신을 보낸다.



 침묵을 타고 햇살만이 홀로 앉아 조용히 그들을 지켜본다. 



 "나, 갈래. 장사, 잘 하든가 말든가."



 그가 고개를 숙이며 일어난다. 하지만 소영은 알고 있다.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은 그에게 있어 긍정의 의미다. 그녀는 재빨리 소년의 손목을 잡아챈다. 우주에 핑. 하고 작은 수신음이 울렸다. 소년이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표정을 짓는다. 



 "먹고 가."



 "안먹는다고."



 "먹고 가라고!"



 "아, 썅, 안먹는다고!"



 그가 소영의 손을 뿌리친다. 오뎅꼬치가 날아가 떨어지며 바닥에 쳐박혔다.  



 "나, 이제 앞으론 여기서 너 보기 힘들 거 같아. 그러니까, 그냥 맛 만 봐줘......."



 그녀의 말에, 소년이 당황한 듯 멈춰섰다. 



 "어떤 사람 권유로 다른 곳에서 포장마차 차리게 됬어. 여건도 여기보다 더 좋기도 하고, 뭣보다 그 사람이 내 음식을 꼭 먹고싶어 해. 아마도 이번 주 끝으로 여기엔 당분간 못 올 거야."



 소영은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잘게 씹었다. 소년은 대답이 없다. 그는 한참을 침묵하다 



 "잘됬네, 나도 오늘 끝으로 못볼거니까." 라고 내뱉듯이 말한다.



 "혹시 무슨 일 있니?"



 소영의 물음에도 소년은 묵묵 부답이다.



 "혹시......삐졌니?"



 "뭐? 너 완전 미친 거 아냐? 아주 돌았구만? 내가 왜 너 같은 거 때문에......."



 "저기, 너 그 옷도 나 한테 오늘 그 얘기해줄려고 차려입고 온 거야?"



 "뭐, 뭐? 다, 닥쳐! 더, 이상 지껄이면 죽, 죽여버릴거야!"



 소영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가렸다. 하지만 이미 터져버린 웃음은 자기 멋대로 허공을 춤췄다. 폭언을 쏟아붓는 소년의 입 과는 반대로 빠알갛게 물든 뺨이 참을 수 없게 대조적이다. 소영은 한참을 웃다 지친 듯 카운터에 힘 없이 기대앉는다. 소년도 얼떨결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고마워, 얘기 해줘서. 저기, 학교 어디야? 너 교복입은 건 처음 봐. 머리도 꽤 만졌고, 근데 안경은 글쎄? 음, 애매한 걸?"



 장난기 섞인 소영의 딴청에 소년은 안경을 벗다 이내 구겨진 자존심을 떠올리고 안경을 황급히 도로 쓴다. 문득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어졌다. 그의 머리도, 어릴 적 키웠던 강아지의 하이얀 배 처럼 푹신하고 부드러울까? 



 "그래서, 오뎅 안먹을거야? 이번 주 지나면 아마도 나 계속 못볼거라고? 진짜 안먹을거야?"



 "시끄러, 도대체 안먹는다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먹는거야?"



 "그래, 알았어. 아무래도 오늘은 무리같네."



 그를 배웅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료야. 헤어지는 기념." 이라고 말하자, 소년은 공짜밥 쳐먹는 취미는 없어. 라고 말하며 꼬깃꼬깃 접힌 만 원 짜리 지폐를 어거지로 넘겨준다. 그는 잠시 오뎅바를 쳐다보다, 이내 



 "혹시 요즘......." 이라고 말을 시작하려는 듯 하더니, 그걸 다시 속으로 삼켜버린다. 소영이 의아한 듯 캐물었지만, 그는 삼킨 말을 다시 꺼내려 하지 않았다. 소년의 뒤로 서서히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그럼 잘 지내. 저기, 아예 못보는 건 아니지?" 묻는 그녀의 말투에 아쉬움이 잔뜩 묻어있었다. 소영은 그녀답지 않게 시선을 고개와 함께 아래로 떨군다. 자기도 모르게 머리 끝을 몇 번 꼬다가 어깨 뒤로 쓸어넘겼다. 소년은 말이 없다. 그저 말 없이 소영과 같은 곳을 바라볼 뿐 이다. 



 "역시 궁금하네? 이름, 괜찮으면 알려주지 않을래?"



 그는 대답이 없다.



 ".......잘 가. 다음에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소영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소년은 말 없이 걸음을 옮겨 왔던 방향으로 사라졌다. 소년이 거리 끝으로 가라앉기 전에 그녀에게 뭐라 말한 것 같았지만 목소리를 듣기에는 너무 먼 거리였다. 그나저나 정말 끝 까지 붙임성 이라고는 없었던 아이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소영은 소년의 그림자가 전부 사라지기 전 까지 시선을 떼지 못하다가 하늘에 어스름이 물들고 나서야 가게를 접었다. 마무리 정리를 하는데 소년이 아까까지 앉았던 테이블 위에 엄지손가락 만 한 조각 몇 개가 올라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소영은 나무로 된 조각을 집어 이리저리 살펴봤다. 하나는 새고, 다른 하나는 여우의 얼굴이다.



 조각 된 여우는 무척 우스꽝스럽게 생겼지만, 어쩐지 무척 정겨운 표정이다. 이별선물 이라는 건가? 소영은 작게 웃었다. 가로등이 켜지며 거리를 밝힌다. 가게를 파하려는데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자같이 여린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녀가 익히 알던 검은양 팀의 사람이었다.



 심부름인지 군것질 거리를 사오는 길 인지. 테인이의 양 손에는 봉투가 잔뜩 들려있었다. 



 "누나, 장사 다 끝난거에요?"



 "미안, 오늘은 누나가 좀 볼 일이 있어서 일찍 끝냈어."



 테인이는 그녀의 말을 이해하면서도 못내 안타까운 기색을 지우지 못한다. 소영은 잠시 머뭇거리다 어쩔 수 없이 포장마차에서 오뎅 꼬치를 하나 꺼내 아이에게 주었다. 테인이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저 이거 처음 먹어봐요, 누나. 이게 뭐에요?"



 "응? 너, 이거 처음먹어보니?"



 "네, 저 여기에 오면 매일 떡볶이만 먹었었거든요. 그런데 다른것도 다 맛있다고 그래서요.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고마워요, 누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테인은 오뎅을 한 입 먹더니 태어나 처음 비행기를 타본 아이같은 표정을 짓는다.



 "이, 이런 건 처음 먹어봐요." 라고 말까지 더듬더니, 금세 오뎅 한 개피를 게눈 감추듯 먹어버렸다.


 

 "그렇지? 완전 맛있지? 근데 그거 싫다고 안먹는 사람도 있어."



 "지, 진짜요? 믿을 수가 없어요."



 "진짜야, 진짜......그런 사람이 있어."



 "근데, 이건 이름이 뭐에요?" 테인이가 텅 빈 오뎅 꼬치를 아쉽다는 듯이 바라보며 물었다.



 "그거? 오뎅이라고 불러."



 오뎅이라고 불러. 



 그 두 글자가 몸 속으로 파고들었을 때, 소영은 순간 심장에서 무엇인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마음의 축이 일순 해일에 최후를 맞은 성채처럼 붕괴되는 것 같았다. 소영은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손으로 눈가를 가렸다. 테인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본다. 발이 서서히 중력을 잃고 땅에서 붕 떠올랐다. 주머니에서 소년이 깎아 준 새가 그녀와 함께 군청색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가로등이 태양처럼 뜨겁게 빛났다. 주머니에서 빠져나온 새는 명왕성이 되어 그녀의 주변을 맴돌았다. 소년이 깎아 준 여우 조각이 부서진 우주선처럼 우주를 떠돌았다. 소영은 부서진 우주선과 함께 차갑고 먼 우주를 향해 미아가 되어가고 있었다.



 명왕성이 그녀를 필사적으로 끌어당겼다. 그것은 새처럼 빠르고 날렵하게 날아와 소영의 주위를 맴돌았다. 별이 한 바퀴 스쳐지나 갈 때 마다 귓가에서 그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별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는 무언가에 끌려가듯이 점점 별에게서 멀어질 뿐 이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녀는 계속하여 어둠을 향해 튕겨져나갈 뿐 이었다.



 별이 슬프게 빛나며 신호를 보냈다. 빛이 그녀에게 부딫히며 산산히 쓰러졌다. 소영은 안타까운 비명을 지르며 그 빛을 껴안았다. 미안해, 미안해. 라고 계속 되뇌이며, 별이 보낸 마지막 빛의 가루가 영원히 사라지기 전에 품에 안았다. 너를 돌고 있던 건 내가 아니었다. 너라는 이름의 명왕성은 언제나 내 주변을 돌며 나를 부르고 있었어. 내가 너에게서 영원히 멀어지기 전에, 너는 필사적으로 나에게 닿아 스러지고 있었다.



 소년의 그림자가 빛과 함께 섞여 사라지기 전 했던 말이 뭔지 이제는 알 것 같았다. 



 나타. 라고 입술이 스스로도 모르게 되뇌었다. 아직 그 말 뜻이 무언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그 두 글자가 그녀를 폭풍처럼 집어삼켰다. 먹먹했던 가슴이 무너진 댐 처럼 울음을 토해냈다. 눈시울이 멀어버릴 것 처럼 뜨거웠다. 아이 앞에서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영은 도저히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쓰러지듯 주저앉아 오열했다. 



 "누나......울지 마요."



 테인이가 조용히 소영을 안았다. 그 조그만 품에서 그녀는 별의 이름을 떠올렸다. 나타. 그건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남자의 이름이었다. 품었던 증오만큼의 사랑을 원했던 자의 이름이었다. 누군가에게 기억되기를 바랬던 존재의 이름이었다. 



 그녀는 아직 소년이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나타라는 두 글자를 어둠 속 에서 건져 올렸을 때, 소영은 자신이 품은 생명 만큼의 눈물을 흘렸다. 마치 더 이상 울지 못하게 된 이의 몫까지 우는 것 처럼.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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