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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갤문학] 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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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외국인코스프레 이름으로 검색  (59.♡.211.246) 작성일16-09-15 21:40 조회9,3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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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또한 여기 없어서 직접 올리는 글

 

예전 플게 생길때 내용을 토대로 한거라 이해하기 힘들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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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나딕이 클로저스라는 세계를 창조하였는데, 이 세계는 태초부터 평등하지 못했다.

 

 나딕이 내려준 가장 큰 은총…이를 ‘에어리얼’이라 칭하매, 만인이 이 가호를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똥꼬쇼를 벌여가며 자신의 클창…아니, 신앙심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 차이로 인하여 계급이라는 것이 생겨났는데, 선택받은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이 특권이자 은총을, 어떠한 노력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계층 또한 생겨났다.

 

 신을 위해서가 아닌, 그저 살기 위해 손을 뻗치던 그들은 ‘백어택’이라는 새로운 신앙을 찾아갔고, 기존의 신도들은 그런 그들을 이단이라 매도했다.

 

 자연스레 계층이 나뉘게 되었고, 에어리얼이라는 가호를 아낌없이 받는 선택받은 자들은 ‘창공 삼남매’라 불리게 되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아가던 이들은, 이윽고 신화에 나오는 최고의 신 세 명의 이름을 본 따 테우스, 슬세이돈, 세하데스라 칭하였다.

 

 - 클창세기전 일부 발췌

 

 

 

 그리고 자연스레 그에 도태된 두 명은, 하루하루 힘든 길을 걸어가며 쥐죽은 듯 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세계는, 단 한 번의 재해로 인해 완전히 바뀌었다.

 

 

 

 

 “헉, 헉….”

 

 많은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하게 되는 시간인 아침 직후, 한산해진 빌딩가를 한 소녀가 지나가고 있었다. 사이킥 무브를 아낌없이 사용하며 빌딩을 넘나드는 소녀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음에도 조금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그녀는 클로저스의 상위 계층인 창공 삼남매의 둘째, 이슬비였다. 그런 그녀가 무슨 이유로 이렇게 급하게 가는가? 이는 굳이 찾을 것도 없이, 하늘에 새겨진 문자만으로 설명이 가능했다.

 

 시초신인 나딕이 아무렇지도 않게 휘갈겨 놓은 글, 그 위에는 떡하니 글귀가 자리 잡고 있었다.

 

 

 

 - 기존의 합연산 방식을 곱연산으로 변경합니다.

 - 에어리얼과 백어택의 방식을 변경하고, 추가적인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제길, 제길…!”

 

 다리가 부러질 것 같은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그저 ‘생존’ 한 단어를 위해 소녀는 내달리고 있었다. 알파퀸을 다시 만나겠다는 일념 하에 갈고 닦았던 기술들은, 엉뚱하게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휘하고 있었다.

 

 클로저 승급 시험을 치를 때에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었다. 인간은 역시 필사적이지 않으면 자신의 전력을 다 할 수 없었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어이가 없었다. 한때는 하늘 위에서 우민들을 내려다보던 그녀가, 이렇게 하루아침에 내동댕이쳐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에어리얼이라는 가호를 포기하고 이단을 추구하던 두 명이 간간히 자신들의 발목을 잡기 위해 기어오르는 것은 봐왔지만, 설마 단 한 번의 업데이트로 인해 이렇게 전세가 역전될 줄은 몰랐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아가는 인간들을 억제하기 위해 신이 내놓은 고육지책이었을까, 사이좋게 힘을 빼앗긴 인간들의 말로는 너무나 참혹했다.

 평소 신의 가호를 믿고 나댄 것에 대한 벌이었는지, 에어리얼이란 이름의 가호는 조각나 그 형체를 찾기 힘들게 되었다.

 이에 대한 가장 큰 피해자는, 평소 하늘 위에 군림하던 자신을 비롯한 창공 삼남매였다.

 그리고 백어택이란 이단의 길로 들어섰던, 다른 두 명은 그에 대해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제 와서 아득바득 따져봤자 소용은 없었다. 자신이 갖고 놀던 쥐새끼를 피해, 고양이는 필사적으로 쥐에게 물리지 않기 위해 도망쳤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노력을 비웃듯, 크게 도약한 신형이 슬비의 눈앞에 착지한다.

 

 “야호~! 겨우 따라잡았네!”

 

 긴 흑발을 휘날리며, 해맑은 미소와 함께 나타난 소녀.

 알고 있다, 모를 리 없다.

 눈앞의 소녀는 에어리얼이라는 가호를 벗어던지고 살 길을 찾아 헤매었던, 검은양 팀의 서유리다. 지약캐 지약캐 노래를 부르면서도, 어떻게든 트루-러브라는 근본도 모를 신앙심을 들먹이며 기어 올라왔던, 땅에 두 발을 붙이고 있던 우민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슬비가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원인이었다.

 

 저도 모르게 다리가 얼어붙어, 경직되는 슬비. 그런 그녀를 비웃듯이 여전히 방긋거리며 온 유리가, 손을 슬쩍 뻗었다.

 

 “슬비~! Why so serius?!"

 

 웃으며 슬비의 어깨를 잡으려는 유리였지만, 이를 악물며 물러서는 슬비였다. 살의를 아낌없이 드러내는 저 손길을 받아들일 이유는 없었다.

 

 “손 치워, 망할 도둑고양이야! 내 앞에서, 사라져버려!!”

 

 그렇게 소리친 슬비의 손이 하늘 높이 올라가더니, 거세게 휘둘러졌다.

 수많은 차원종들을 산산조각 낸, 자신의 최강의 스킬을 시전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serius가 아니라 serious야, 댕청아!!”

 

 이내 하늘이 열리며, 창공 삼남매의 위광을 뽐내듯 거대한 위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에어리얼, 채널링, 독립데미지 등의 갖은 이점을 부여받았던 최상의 기술이, 눈앞의 우민 서유리를 찢어죽이기 위해 예수를 향한 롱기누스의 창 마냥 낙하했다.

 

 그런 슬비의 눈앞에, 작은 글씨로 문구가 떠올랐다.

 

 - 기존의 합연산 방식을 곱연산으로 변경합니다.

 

 “……!”

 

 눈을 꼭 감고는, 실뜨기를 하듯 염동력을 조율하여 스킬을 진행했다. 마지막에 보였던 서유리의 얼굴이 눈에 밟혔지만, 그것은 한순간이었다.

 

 위성이 막 건물 옥상에 처박히려는 순간, 귀청이 떨어질 듯한 소음이 퍼져갔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소음은 세 번, 다섯 번, 여덟 번 이상 늘어났다.

 그리고 슬비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수없이 많은 기적을 선보였던, 신의 가호를 듬뿍 받아왔던 자신의 결전기가, 치즈마냥 조각나 버려서는 공중분해 되는 것이었다.

 

 위성의 폭발을 보며 망연자실하던 슬비의 눈앞에, 다른 문구가 떠올랐다.

 

 - ‘결전기 유리 스페셜’의 에어리얼 사용이 가능해집니다.

 

 ‘……!’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킨 슬비의 눈앞에, 불길 속을 걸어오는 신형이 보였다. 유리였다. 상처 하나 없이 자신의 위성을 조각낸 소녀가, 여전히 여유가 돋보이는 표정으로 오고 있었다.

 뿌득, 하고 이가 갈렸다. 건방지다, 건방져. 자신이 내려다보기만 했던 계집이, 자신을 저렇게 똑바로 마주보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거슬렸다.

 

 그래, 악마다. 저 년은 악마다. 나딕이란 신의 가호를 아낌없이 받던 자신에게 무릎 꿇지 않고, 돌아서서는 신을 등지고 이단에 몸을 맡긴, 용서받을 수 없는 악이었다.

 더러운 악마답게 신을 대행하는 자신을 비롯한 세 명의 앞에 머리를 조아려야 했던 악마가, 자신의 머리 위에 서 보겠다고 고개를 꼿꼿이 들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반드시 쓰러뜨려야 했다. 그래야 했는데…

 

 이미 그녀는 자신이 손쓸 수 없이 커져 버렸다.

 

 

 쿨타임입니다.

 

 쿨타임입니다.

 

 쿨타임입니다.

 

 쿨타임입니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이명 속에서, 슬비의 몸은 이미 저항심을 잃어버렸다. 자신의 주력 스킬들이 반 토막이 나버린 마당에, 저항은 부질없었다. 어떻게든 여길 빠져나가려 해도, 방금 전의 상황을 생각하면 온전히 도망칠 수는 없음이 명백했다.

 

 여기서 의구심이 들었다. 자신이 왜 도망치려 했을까? 두려워서? 유리가? 무엇 때문에?

 

 분명 예전엔 자신이 깔보던 상대였지만, 그녀는 댕청하고 활기찬 검은양 팀의 서유리였다. 그런 그녀가 자신에게 무슨 해를 가할 이유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별 일 없을지도 모른다…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진정하려던 슬비의 앞에, 어느새 유리가 당도해 있었다.

 

 “말해, 왜 도망쳤어?”

 

 분명 평소와 같은 목소리였지만, 방금 전과 달리 한껏 낮아져 있었다. 방금 전 일 때문일까? 그에 대해 생각하기도 전에, 유리의 손이 슬비의 어깨를 잡았다. 그에 움찔한 슬비의 눈앞에, 다시 한 번 메시지가 떠올랐다.

 

 - 튜브에 물, 마공의 70%가 적용됩니다.

 

 그것을 대변하듯, 유리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며 슬비의 어깨를 틀어쥐었다. 생살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이를 악물고 있던 슬비가 재빨리 해명하려 한다.

 

 “마, 말할게…말할게! 네가 나보다 강해져서, 무슨 보복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용서해 줘, 용서해 줘! 꺄아아아아아앗!!”

 

 통증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내지르자, 그제야 손을 놓는 유리. 대수롭지 않은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야, 그런 일 때문이었어?”

 ‘아….’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에, 절로 안심하는 슬비였다. 이내 유리가 허리를 낮추며, 슬비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었다. 여전히 활짝 피어 있는 미소에, 슬비 또한 언짢았지만 미소를 애써 지어 보였다. 이내 서로의 콧대가 닿을 정도의 거리가 되자, 다시금 유리의 입이 열렸다.

 

 “무슨 염치로 넘어가길 바란 거야?”

 “에…?”

 

 방금 전과 완전히 달라진 어조. 얼굴에 그려져 있던 눈웃음은 완전히 풀어지고, 평소의 그녀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경멸하는 듯한 눈초리가 슬비의 눈동자에 못 박혔다. 그에 정신을 추스를 새도 없이, 유리의 질문이 이어졌다.

 

 “기억 나? 예전에 있었던 일.”

 “무, 무슨…?”

 “잊어버린 거야?”

 

 슬비의 물음에, 유리의 고운 아미가 찌푸려졌다. 얘 정말 안 되겠네, 하는 말을 중얼리고는, 오른손을 들어 올려 삿대질한다. 조금만 더 손가락이 길었으면 안구에 파고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기세였다. 그에 아랑곳 않고 말을 잇는 유리였다.

 

 “아무렇지도 않게 제이 아저씨를 관짝에 처박아놓고는, 자기들이 왜 신경 써야 하냐고 돌아서던 그 때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그 때의 일인가? 유리가 말한 제이라는 작자는, 에어리얼을 받지 못하자 유리와 함께 백어택으로 돌아섰던, 이단자 두 명 중 나머지 한 명이었다. 과거 세계의 벽을 넘지 못하고 관짝 형에 처해졌던 그 남자를, 이제 와서 들먹이는 것이다.

 슬비의 대답은 들을 생각도 없는 듯, 다시금 얼굴을 들이댄다.

 

 “그때 넌, 아저씨를 꺼내야 한다고 울부짖던 나한테 속삭였지.”

 

 이내 유리의 얼굴은, 슬비의 얼굴을 지나 그녀의 옆을 향했다. 마치 연인에게 달콤한 말을 전하듯,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한다.

 그러나 그 말은, 달콤한 설레임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다음은 네가 될지도 모른다고…!”

 

 오싹, 하고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 말을 했었는지는 기억에 없었지만, 유리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그때 버림받은 제이를 관짝에 처박고는, 별 감흥도 없이 뒤돌아선 자신의 심정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이런 일을 겪는 것은 그 때의 벌일까? 일순 의구심이 들었다.

 

 “생각도 못했지? 그 말이 이렇게 자신에게 돌아올 줄은? 응?”

 

 마치 아랫사람을 까 내리듯, 대답 따위 무마한 채 계속해서 질문하는 유리였다. 그에 대해 제대로 대답조차 하지 못할 때, 유리의 오른손이 들려졌다.

 

 “대답해!!”

 

 유리의 손짓 한 번에, 슬비의 바로 옆 바닥이 산산이 부서졌다. 마치 유성검을 꽂는 듯한 기세였다.

 

 “꺄아아아아악!!”

 

 놀란 나머지 새된 비명을 내지르며, 절로 무릎을 꿇는 슬비였다. 온 몸으로 퍼져드는 당혹감에 절로 몸이 떨렸다. 정말로 죽일 기세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상황판단이 되기 시작했다. 유리가 어떤 생각을 하든, 자신은 온전히 넘어갈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 용서해 줘…제발, 제발요…흐흑….”

 

 믿을 수가 없었다. 바로 전에 생일을 맞이하여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었는데, 불과 하루도 채 안 되어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비참하고 슬퍼서, 리더의 책임감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그저 눈물만이 나왔다.

 그런 슬비를 내려다보며 혀를 찬 유리가, 엄지를 들어 자신의 뒤쪽을 가리킨다.

 

 “그런 말은, 나보다 이쪽에 해.”

 

 유리가 가리킨 곳에는, 장신의 남자가 서 있었다. 오랫동안 못 보았던 얼굴이었지만, 그의 정체에 대해서 슬비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제이…씨…? 어떻게…?”

 “알잖아? 이번 대격변.”

 

 아무 말 않는 남자를 대변하듯, 자신이 먼저 입을 여는 유리. 제이에게 어깨동무를 취한 유리가, 다시금 예의 미소를 선보이며 보란 듯이 지껄인다.

 

 “이 일로 인해, 제이 아저씨도 관짝에서 나올 수 있게 되었다고.”

 “뭐…그렇게 됐어, 리더.”

 

 그제야 입을 여는 제이의 목소리는, 예전과 같은 무능함에 뒤덮인 주눅 든 목소리가 아니었다. 숨통이 트인 듯 가벼워진, 마치 다만전을 상시 가동하고 있는 듯 여유가 넘쳤다.

 

 “자, 슬비야. 잘 들어, 관짝에 처박혔던 제이 아저씨가 나왔어. 이게 뭘 뜻하는 걸까?”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자신의 뒤쪽을 가리키는 유리.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슬비는 자기 나름의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제이의 저 여유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관짝에 처박혀 있다가 막 나온, 긴 시간 땅 속에 있다가 그제야 땅을 밟기 시작한 매미의 그것과도 같은 해방감이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자신이 밑바닥에 있지 않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제이를 대신하여 밑바닥에 있는 것은…

 

 슬비의 예상을 대변하듯, 유리의 손가락이 향한 곳에는 오동나무로 짜여 진 아담한 관짝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 아아아…!”

 “오, 역시 우리 리더! 상황판단이 빠른데!”

 

 슬비의 반응을 보고 눈치를 챘는지, 흥겨운 듯 박수를 치며 소리치는 유리. 제이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상황을 보고 있었지만, 매우 미세하게 그 입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제 끝이다, 지금 현장에 있는 세 명은 지금까지의 일과,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기에, 가만히 있을 슬비가 아니었다.

 

 “자, 잠깐! 아무리 그래도, 반드시 한 명이 관짝에 처박혀야 한다는 얘기는 없잖아?!”

 “어, 그건 말이지~.”

 “하긴, 그렇긴 하군.”

 

 슬비의 반론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언가 말하려던 유리였지만 그 말을 잘라내듯 제이가 끼어든다. 이내 둘의 시선이 집중되든 말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던 그가, 자신의 의견을 꺼내었다.

 

 “굳이 또 한 명을 관짝에 처박을 필요는 없잖아? 그냥 이대로 가면 안 돼?” “아저씨가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 지금까지의 일들은…”

 “알 게 뭐야? 싸우지 말고 다 같이 세…우웨에에엑!!”

 

 무언가 말하려던 제이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민주화를 당한 듯 속에 있던 것들을 게워냈다. 그것을 보며 낭패라고 생각한 유리가, 눈에 띠게 탄식하였다. 

 

 “아아앗! 제이 아저씨가 처음으로 맛보는 우월감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

 ‘이때다…!’

 

 갑작스레 일어난 혼란. 유리가 제이의 멱살을 잡고는 정신 차리라며 흔드는 사이, 그제야 다시금 리더로서의 냉철함을 되찾은 슬비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위상력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그에 위화감을 알아챈 유리가 다시금 슬비를 돌아보나, 어느새 소녀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쳇, 웜홀인가!!”

 

 어느새 건물의 뒤쪽으로 빠진 슬비가, 유리의 외침을 뒤로 하고 달려 나갔다. 다음 건물로 재빨리 넘어가서는, 매의 눈으로 필사적으로 숨을 곳을 찾아대었다.

 

 ‘여기만 넘어가면, 몸을 숨길 수…!’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림자가 자신을 뒤덮는 것을 알아채는 슬비. 초원을 달려가던 사냥감의 위에 당도한 매처럼, 슬비보다 높게 도약한 유리가 그 상태로 중력을 무시하듯 선회한다. 자신의 기술이 아니어도, 한 눈에 그 움직임을 파악한 슬비가 경악한다.

 

 ‘공간제압?!’

 

 이내 유리의 공격에 나가떨어지는 슬비. 검으로 그녀의 목을 짓눌러 제압한 유리가, 던전 클리어 때처럼 흑발을 흩날리며 상큼하게 웃어 보인다.

 

 “걱정 마, 칼등으로 쳤으니까!!”

 

 그 모습을 보고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망할 년이 라는 말이 턱 끝까지 솟아 오른 슬비였지만, 차마 말은 꺼내지 못하고 자신의 의문을 표현한다.

 

 “유, 유리 너…공간제압은 버렸던 게…”

 “한때는 그랬지.”

 

 그렇게 말하고는, 손가락으로 허공에 무언가를 그리는 유리. 그 행동에 맞추듯, 다시금 예의 시스템 문구가 떠올랐다.

 

 - 서유리 캐릭터의 스킬 방식이 변경됩니다.

 

 ‘스킬 대 개편…?!’

 “성능충과 함께라면 이젠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그, 그게 트루 러브나 부르짖던 네가 할 소리야?!”

 

 유리의 메타 발언이 신경 쓰였는지, 따지고 들어가는 슬비. 그런 그녀를 멍하니 보던 유리가, 한 손으로 팔짱을 낀 어정쩡한 자세로 소리친다.

 

 “트루 러브는 죽었어! 이제 없어!! 하지만 이 등에, 이 마음에 성능충이 되어…”

 “그 이상은 그만!!”

 

 유리의 발언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슬비가, 저도 모르게 소리쳐서는 말을 끊었다. 그에 맞추듯 유리의 검이 다시금 슬비의 목을 짓눌렀다. 숨이 턱 막히는 그녀의 모습을, 유리는 재미있다는 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 중저음의 발걸음 소리와 함께 다시금 제이가 그녀들의 옆에 당도했다.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예의 미소를 선보인 유리가 말하기 시작했다.

 

 “참참, 슬비야. 아까 네가 반드시 누군가가 관짝에 처박힐 필요는 없다고 했지?”

 “그, 그런데…?”

 “예전 같으면 그랬겠지.”

 

 유리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제야 슬비는 알아챘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세 명뿐이 아니라, 무언가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을.

 곁눈질로 자신의 옆을 본 슬비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저, 저게 뭐야?!”

 

 그녀의 옆에 있는 것은, 자신도 잘 알고 있는 관짝이었다. 하지만 달랐다. 그냥 관짝이 아니라, 관의 옆에 바퀴가 달려 있었다. 거기까진 애교였다. 누군가 다루는 사람도, 안에 들어 있는 사람도 없는데 관짝은 숨을 쉬는 듯 몸이 움직였고, 숨소리까지 들려오고 있었다. 마치 차원종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슬비의 외침에 답하는 것은, 여전히 생글거리는 유리였다.

 

 “신기하지? 유니온의 신기술을 시험하던 중 우연히 만들어졌다나 봐. 기존의 관짝이 단순히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을 넣는 용도였다면, 이 관짝은 자신이 스스로 관짝에 들어갈 사람을 찾아 수용한다네.”

 “그, 그 말은…”

 

 세 명의 시선이, 다시금 관짝을 향했다. 그 순간, 슬비는 눈도 없는 관짝이 자신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그러했다. 관짝의 관심은, 슬비 단 한 명이었다.

 그런 슬비를 비웃듯, 유리의 단호한 대답이 들려온다.

 

 “그래, 이번엔….”

 “이번엔…네 차례야….”

 

 입도 보이지 않는데, 부자연스런 어투로 관짝의 것이라 생각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그만 둬, 제발!!”

 

 불길한 예감을 알아챈 슬비가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쳐 보지만, 물마공 70%의 혜택을 받는 튜브를 착용한 유리의 힘을 이기진 못했다. 게다가 관짝이 그런 유리를 보조하듯 움직이자, 슬비의 가녀린 몸은 어렵지 않게 관짝 안으로 들어갔다.

 

 “아, 안 돼! 꺄아아아아악!!”

 

 슬비의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에, 관짝이 닫혔다. 젖 먹던 힘까지 다 해 관짝의 뚜껑을 발로 차는 슬비였지만, 그녀가 나오지 못하게 뚜껑을 누르고 있던 유리의 손이 신기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였다.

 이내 그녀에 의해 관 뚜껑에 못이 줄지어 졌다.

 

 “아저씨!”

 

 그 한 마디에, 그제야 가만히 있던 제이의 손이 뻗어졌다. 0.5초 아니, 0.1초! 단 한순간에 뻗어진 제이의 주먹이, 일격필살의 힘으로 못들을 빈틈없이 박아버렸다.

 이것이 상향의 맛인가, 스스로도 감탄한 제이가 다시금 자신의 주먹을 주머니에 깊게 넣었다.

 

 한편, 그 상황을 보고 있던 한 신형이 있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클로저는 세 명이었지만, 사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한 명이 더 있었던 것이었다.

 

 반 우연적으로 상황을 보고 있던 소년이, 슬비가 관짝에 처박히는 걸 보자마자 시선을 돌려 필사적으로 숨을 죽였다. 자신이 했던 그 어떤 게임에서도 선보이지 않았던 집중력과 함께, 마치 잠입 액션 게임의 주인공마냥 숨을 죽이고 머리카락 한 올조차 움직이지 않을 기세로 가만히 떨고만 있었다.

 

 “읍, 우웁…웁…!”

 

 놀라움과 두려움에 비명을 지를 뻔했던 세하였지만, 필사적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존재를 지우기 위해 애썼다.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과 함께 창공 삼남매라 불려왔던 슬비가, 저렇게 허무하게 고인이 될 줄은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생일을 기뻐하며 눈물을 보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아, 생일은 불과 몇 시간 전이었지. 그것을 깨달은 세하가 침을 꿀꺽 삼켰다.

 

 진저리가 날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너무나 허망한 세계에, 아무렇지도 않게 질서를 바꾸는 나딕의 우유부단함에.

 

 그런 거다, 나딕은 누군가를 사랑할지언정, 그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했다.

 밸런스란 이름의 평등은, 어떤 캐릭터든 적용되고 있던 것이었다.

 

 누구에게나 자비롭고, 누구에게나 가차 없는 모습.

 

 말 그대로 신에 어울리는 모습이 아닌가.

 

 “아저씨, 이대로 끝낼 거예요?”

 

 유리의 발언에, 철렁, 하고 심장이 멈출 뻔한 세하. 이제 상황도 마무리된 것 같으니 이대로 숨죽인 채 있으면 될 거라는 그의 생각을 비웃듯, 유리의 발걸음이 점점 그의 귀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들킨 건가? 아니, 들켰을 거다! 저도 모르게 그렇게 확신한 세하가, 소리없이 건 블레이드를 쥐었다.

 테우스…아니, 테인이 없으면 자신 혼자선 어떻게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대로 당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이 싸움이 자신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있던 세하에게 한 줄기 단비마냥, 유리를 불러 세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아직은 아니야.”

 “그, 그래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선글라스를 쓱 벗는 제이. 알파퀸조차도 제 눈을 의심할 정도로 메마르고 차가운 그 눈에, 유리의 입 안이 바싹 말라가는 듯했다.

 그런 제이의 눈앞에는, 시스템의 문구가 떠 있었다.

 

 - 기존의 에어리얼 방식을 변경하고, 체이스 방식이 추가됩니다.

 - 제이 캐릭터가 상향될 예정입니다.

 

 “…아직은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씩 하고 미소를 짓는 그였다.

 그것은 이미 체크메이트가 확정된 체스판을 보듯, 엔딩이 보였다고 확신하는 미연시 폐인 마냥 기분 나쁠 정도로 확신에 찬 웃음이었다.

 

 

 

 신지역, 플레인 게이트.

 

 나딕의 개편으로 인해 생긴, 훗날 전쟁의 땅이라 불리게 될 삭막한 지역엔 새로이 추가된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에 있던 많은 수의 사람들 중 한 명의 여성에게,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 다가갔다. 자신의 키보다도 큰 창을 들고 있는, 꼭 제 3의 성별이 있을 것 같은 기이한 생김새의 소년이었다.

 미묘한 미소를 띤 채로 다가간 소년을 본 여성은, 겉치레 마냥 손을 흔들었다.

 

 “맛난 거 먹고 가세요!”

 

 그 외침을 무시하듯, 방긋 웃으며 먼저 인사하는 소년이었다.

 

 “누나, 오랜만이에요!”

 “어머, 테인이니?”

 

 소년이 누군지 알고 있기에, 밝게 웃으며 맞이하는 여성.

 강남 GGV이후 플레인 게이트에서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여대생 소영이, 자신의 마스코트인 여우 귀를 뽐내며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말 오랜만이다, 얘! 뭐라도 먹을래? 내가 쏠게!”

 “정말이요? 그럼 턱포키 주세요!”

 

 여성의 물음에, 해맑게 소리치는 소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앞에 떡볶이 한 접시가 놓이자, 기뻐하며 자리에 앉는 그였다.

 

 에어리얼의 혜택을 아낌없이 받는 창공 삼남매의 첫째이자 나딕의 아들이라 불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던 캐릭터, 미스틸테인.

 자신의 동료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채지 못한 채, 피처럼 붉게 물든 떡볶이를 입 안으로 집어넣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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